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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040 Y-Artist (25) 극사실회화 & 설치작가 한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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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평론가협회 추천
3040 Y-Artist

(25) 극사실회화 & 설치작가 한효석


  사람의 얼굴인데 피부가 벗겨져 살점이 드러나 있다. 사람 얼굴을 한 돼지가 나뒹굴고 있기도 하고 정육점처럼 돼지들이 천장에 매달려있다. 이렇듯 한효석 작가의 작업은 강렬하다. 찌릿한 충격이 신경을 자극한다. 도발적(挑發的)인 작업으로 관람객들에게 화두를 던지는 한효석 작가를 만났다.
<편집자 註>




극사실적인 회화와 설치작업을 하는 한효석 작가. 인종차별, 자본주의의 폐해, 빈부격차, 종교적 편견, 강대국과 약소국 문제 등을 주제로 다루는 한 작가 작업의 기저에는 인간존재의 존귀함이 깔려 있다.



- 피부를 벗겨낸 사람 얼굴, 사람 얼굴을 한 돼지 등 충격적인 소재의 작업을 한다.
▲나는 경기도 평택의 기지촌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 미군 부부가 세 들어 살았다. 어머니가 나를 낳을 때 병원에 오래 있어서 미국인 아주머니가 나를 키워주셨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어릴 때 동네에서 혼혈 아이들을 많이 봤다. 백인혼혈보다 흑인혼혈은 굉장히 놀림을 받았다. 혼혈 아이들이 돌 맞아서 피 흘리는 걸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환경이 사춘기 때의 나에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 같은 한국 사람인데 혼혈이라고 경멸하고 차별하는 건 정말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인종으로 시작해서 빈부, 외모, 성적, 종교 등으로 차별한다. 그런데 인간은 피부 5mm만 벗기면 모두 고깃덩어리다. 그래서 2003년에 피부를 벗겨낸 얼굴을 그리는 고깃덩어리 작업을 처음 시작했다.

- 대학을 졸업한 후 작업의 변화 과정은.
▲처음에는 고깃덩어리 얼굴을 사진작업으로 했다. 고기를 찍고 사람을 찍어서 컴퓨터로 합성했다. 그 작업을 본 한 전시기획자가 페인팅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때 나도 페인팅으로 하려고 시도하고 있던 차였다. 처음에는 한 작업을 5~6개월 정도 공들여서 오래 그렸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목적이어서 욕심 없이 천천히 그렸다. 처음엔 노멀하게 그리다가 나중에는 일부가 잘려나간다든지 과감하게 하는 등 점점 변화가 생겼다.

- 꾸준히 추구해온 작업적 주제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기지촌에서 자라면서 거기서 파생된 인종차별 문제로 작업을 시작해 자본주의, 빈부차별, 종교적 편견 문제, 강대국과 약소국 문제 등으로 점점 확대됐다. 작품을 통해 인간의 소중함, 인간존재의 존귀함을 꾸준히 밝히고,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삶을 바치겠다는 결의 때문에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의지가 작업할 때의 힘듦을 상쇄해주고 있다.



<anomalies> 설치전경, 2009-2014, 합성수지, 인체 라이프 캐스팅


- 인간 사회의 불평등 등 사회적인 메시지가 강하다.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고 있나?
▲고깃덩어리 작업은 인본주의 작업이기 때문에 그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문학적 고찰을 하고 있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를 좋아한다. 그가 ‘국부론’을 쓴 이유는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다. 영국에 갔을 때 애덤 스미스 동상을 보면서 자본주의 사회는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 대중은 어떻게 살고 있고 과연 행복한지 등에 대해 생각했다. 또 작년에는 마르크스가  태어난 독일 트리에르에도 갔었다. 그가 현장에서 느낀 감정들을 체득하고 싶었다.

- 어미 돼지와 새끼돼지를 설치한 작업 ‘모돈1-죽어야 자유로워지는 존재’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
▲이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의 대량생산 시스템 아래 좁은 케이지에서 새끼 낳다가 죽는 모돈의 삶을 다뤘다. 새끼를 많이 낳아야 하고, 새끼들도 좁은데서 빨리 자라게끔 시스템 속에서 길러지고 살다가 간다. 인간이 원하는 무게가 되면 돼지는 하루아침에 도살(屠殺)된다. 이들의 존재가 사람을 생각하게 했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많은 문제에 봉착해있다. 돼지는 그런 얘기를 한 작업이다. 모돈 돼지는 실제 난산으로 새끼 낳다 죽은 돼지를 캐스팅으로 떠냈다. 돼지 농장 한쪽에 비닐하우스로 작업실을 만들고 400kg이 넘는 돼지 사체(死體)를 지게차로 들어가며 작업했다. 작업 후 돼지는 농장 뒤의 야산에 묻어 흙으로 돌려보냈다.



<모돈_자본론의 예언>, 2014, 합성수지 오일컬러, 220 x 120 x 110cm


- 같은 돼지를 소재로 했지만 사람 얼굴과 결합한 ‘불평등의 균형’은 또 다른 메시지로 읽힌다.
▲아직도 세계에서는 종교적 학살이 진행된다. 그런 역사 속에서 희생된 사람이나 돼지나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람 머리에 돼지 몸을 붙였다. 모델은 영국인을 썼는데 그 이유도 있다. 역사적으로 영국인이 식민지를 넓히면서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식민주의, 제국주의를 자행한 나라라는 의미에서 영국인을 모델로 했다.

- ‘불평등의 균형’의 경우 놀랍도록 사실적인 얼굴이 인상적이다.
▲실제 모델을 써서 실사로 캐스팅하기 때문이다. 이태원 등지에서 모델을 요청해 작업실에서 캐스팅한다. 외국인들에게 작품의 내용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머리를 하나 떠서 선물로 주기도 한다.

- 최근에 관심 갖고 있는 작업적 주제는 무엇인가?
▲전 세계에 봉착된 여러 가지 현황 중 교황도 말씀하셨지만 빈부 격차가 모든 아픔의 근원이다. 그게 생기게 된 여러 가지 원인을 살피고 있다. 식민지와 제국주의 이후에 고통 받는 제3세계들, 또 독재와 특권 시민 계층이 착취하면서 비롯된 인간가치 하락이나, 소수의 권력이나 부를 쥔 사람에 의해 착취되는 구조 때문에 아픔을 겪는 사람이 있다. 그런 걸 구조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것은 지식인의 몫이다. 그런 문제를 깨달을 수 있도록 형상화하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 스케치가 단계인데 저울 위에 사람과 돈이 놓여있는 식이다.



<Unmasked exposing what lies beneath17>, 2010-2012, Oil on canvas, 207 x 146cm


- ‘감추어져 있어야만 했는데 드러나고만 어떤 것들에 대하여’, ‘불평등의 균형’ 등 작품 제목이 독특하다.
▲사회 현상을 읽고 작품 제목을 짓거나, 인문학 책들을 읽다가 거기서 나오는 몇 가지 문장을 토대로 작품 제목을 도출해낸다.

- 전업 작가를 선택한 이유는.
▲대학을 졸업한 뒤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생각했다. 돈을 벌고 싶어 미대를 간 게 아니었다. 정말 이 사회에 뭔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야 하는데 할 줄 아는 게 그림 그리는 재주 밖에 없으니 그걸로 하자 했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바꾸는데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생계를 위해 제품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작품이 팔리든 안 팔리든 어렵게 살든 꾸준히 작업하고 싶다.

- 제품과 작품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중적이라는 게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팔기 위해서 모든 걸 세팅한 작품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나는 컬렉터라든지 작품이 판매되는 어떤 구조에 끌려가지 말고 내 소신을 갖고 작품을 이끌어 가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기획자나 컬렉터나 평론가 분들이 따라오게 만들고 싶다. 하고 싶은 걸 과감하게, 눈치 보지 말고 해야 작품이 된다.

- 젊은 작가로서 한국 사회나 미술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단 우리의 의식 구조를 향상시켜야 한다. 우리는 싸구려 국민이 아니고 문화적인 힘이 강한 국민이었다.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천민자본주의가 득세하니까 사회분위기가 물신주의로 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세대들이 자기 삶을 고차원적으로 바르고 인간적인 방향으로 가져가기 힘들다. 문화예술에 대한 향유나 인문학적 교육 시스템 부재가 이런 문제를 야기한 게 아닌가 싶다. 교육에서 문화예술,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 국민들의 문화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 작가나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글로벌 CEO 중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은 세계 빈곤이나 교육을 위해 돕는다. 지젝이 얘기하듯 자신의 부를 나누는 자본주의적 공산주의자다. 내 역할은 자본주의적 인도주의자로 정리하고 싶다. 나는 작가로서 내가 가진 예술적 역량을 통해 편향, 편중, 불평등을 제시해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것이 할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게 문제가 있으면 피켓 들고 거리로 나가라 얘기하는데 그렇게 한다고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는다. 피켓 들고 몇 만 명이 거리에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하나, 그림 하나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의지를 부여하거나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Unmasked exposing what lies beneath18>, 2011-2013, Oil on canvas, 218 x 148cm

 
- 앞으로 작업 계획은.
▲고깃덩어리 얼굴을 페인팅으로 계속 그렸는데 지금까지는 직설적 언어의 작품이었다면 향후 1~2년 내로 추상작품이 나올 것 같다. 혹은 반대로 더 직설적인 극사실 인체 작품들이 나올 수도 있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담은 입체 작품이 나오게 될 것 같다.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첨예하게 얽히고설킨 사회를 작업으로 소화하려면 끊임없이 인문학적 탐구를 해야 한다. 작가는 끊임없이 현실을 탐구하고 인간을 생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작업을 해야 한다. 

  한효석 작가의 작업은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충격을 준다. 피부를 벗겨낸 사람의 얼굴은 고깃덩어리와 다를 바 없어 인간과 동물의 차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한다. 돼지 몸에 사람 얼굴을 결합한 반인반수가 주는 충격도 만만치 않다.
평택 기지촌에서 성장한 까닭에 혼혈 아이들이 인종차별을 받던 모습을 지켜본 경험이 “사람의 피부를 벗겨내면 똑같다”는 메시지가 담긴 작업으로 이어졌다.
겉보기에는 도발적인 작업이지만 작품 밑바탕에는 따뜻한 인류애가 녹아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불평등 없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한효석 작가의 마음이다.

  여러 인문학 책을 읽고 꼭꼭 소화해 자신의 것이 된 생각들을 씨앗삼아 농부처럼 성실하게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작업한다. 큰 영향을 받은 조각가 문신 선생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문신 선생님이 노예처럼 작업하고 선비처럼 생활하고 신처럼 생각하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무척 감명 깊었다.”는 그는 “늘 수행하듯 작업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숭고한 일이라고 믿는다는 한효석 작가는 “예술가라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무엇을 한다는 거창한 숭고함이 아니라 돈과 명예를 쫒지 않고 내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 있는 삶에 젖어 산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혼자서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다 보니 작업량이 많지 않다. 전시날짜를 잡고  기한 내에 작업을 빨리 만들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 싫어 올해는 아무런 전시계획을 잡지 않았다.

  “전시를 많이, 빨리 해서 이름을 알리기보다 단 한 번의 전시라도 열과 성을 다하고 싶다”고 말하는 한 작가는 초단위로 변해가는 디지털 시대에 보기 드문 아날로그 감수성의 작가다.

글 ‧ 사진=김효원 스포츠서울 기자 hwk@artmuseums.kr
작품 및 작품설치 사진=작가제공
2015. 5. 11 ©Art Museum
<글ㆍ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 금지>


<Y-Artist 추천사유>
  한효석은 인간의 벗겨진 얼굴을 통해 추(醜)와 미(美)에 대한 기존의 개념에 도전한다. 인간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수성(獸性)을 극사실적인 기법을 통해 드러냄으로써 심리적 카타르시스 효과를 가져다준다.
윤진섭 호남대 교수(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 시드니대 명예교수)



<한효석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 졸업.
2003년 경인미술관 개인전을 비롯해 2008, 2009년 아트사이드갤러리 베이징과 서울에서 “Zeitgeist”, 2014년 “Crematorium”, “Anomalies” 등 10회의 개인전 개최. 2006년 서울시립미술관 미디어시티 특별전을 위시하여 대구미술관, 부산비엔날레, 전북도립미술관 등 단체전에 참여. 2014년 대만국립현대미술관의 대규모 단체전에 이어 마드리드, 북경, 시카고, 맨해튼, 대만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 

  199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우수상, 2003년 송은미술대상, 200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상. 2012년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 큐레이터팀 리서치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 34명에 선정. 국립현대미술관(영구소장), 서울시립미술관(영구소장), 구상미술관, 국립전라북도교육박물관, 삼성의료재단 삼성제일병원, 삼성물산 인천공항월드게이트빌딩, 연세대학교, 홍콩, 말레시아, 인도네시아, 미국, 일본 등의 외국갤러리 및 개인 소장가들에 소장. 현재 서울과 평택에서 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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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 2015/05/06 16: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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