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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건축전문 사진작가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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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

건축전문 사진작가 김재경


  김재경 작가의 사진에는 도시가 담겨있다. 그것도 높다란 마천루가 아니라 나지막하고 낡은 집들이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 ‘mute2-봉인된 시간’ 展(2011년 11월5일~12월3일)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얼굴을 포착해 삶의 정황을 드러낸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김재경 작가를 만났다.
                                                                                          <편집자 誅>



빠르게 변해가는 도시의 얼굴을 담아내는 김재경 작가,
“골목길에, 담벼락에, 빈 화분에, 포대 자루에 담겨있는 삶의 정황을 담아냈죠!”



 


건축전문 사진작가 김재경. 그는 도시의 얼굴을 사진으로 포착해 삶의 정황을 담아내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구불구불한 골목에는 빨래가, 포대 자루가, 화분이 놓여있다. 길은 끊길 듯하다, 다시 이어진다. 저 담벼락을 돌아가면 무엇이 나올까 호기심이 인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재경 작가의 ‘mute2’ 展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골목이 이상하게도 조용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골목길과 찰떡궁합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아이들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다. 그러고 보니 사람의 그림자조차 없다.

  ‘mute2’ 展은 김재경 작가가 지난 2000년에 처음 선보였던 ‘mute’ 展의 연장선상에 있는 전시다. 여기서 뮤트란 사전적 의미인 ‘무언의, 말없는’이라는 뜻 그대로의 침묵이라기보다 무언가에 의해 일시적으로 소리가 중단된 상태를 의미한다.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꾸 잘려져 나가는 과거의 삶을 작가는 소리가 중단된 상태로 해석했다.



김재경, 금호동 2가, Gelatin Silver Print, 17.5 x 48cm, 2010 ©김재경


  “평소 서울이라는 도시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기간도 오래됐고 여러 가지 작업들을 했다. 서울에서 주거지 개발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때로는 첨예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감각하기도 한 것이 서울의 주거 관련 문제다. 끝없이 어떤 것을 제공해야한다는 측면에서는 도시가 계속 성장해야 하고 한편에서는 지켜져야 한다. 중간자적 입장에서 그것의 속도를 유심히 살펴보자는 의미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 건축물들은 세련된 빌딩이 아니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세대 빌라들이다. 작가 자신을 비롯해 보통 사람들이 거주하는, 전형적인 서민층의 집들이다. 이렇게 낙후된 이미지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흔히 달동네라는 말을 쓴다. 개인적으로는 안 쓰는 말이다. 뉘앙스가 서정적이고 어떤 시선도 느껴진다. 우리가 아는 바 그렇게 낙후된 지역은 이미 개발이 많이 됐다. 어찌 보면 훨씬 더 많은 숫자는 사진에서처럼 보통 우리가 사는 다세대 주거지다. 이런 주거지도 자리바꿈을 하면서 개발을 맞고 있다. 내가 주목한 건 나를 포함한 보통 사람들이 사는 집 주변이다. 평지 구조가 아니고 지형 자체가 높낮이가 있다 보니 올라가고 내려가고 그런 걸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개발을 하게 되면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 삶의 여러 가지 정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삶을 보려고 했던 거다.”



김재경, 중림동, Gelatin Silver Print, 17.5 x 48cm, 2009 ©김재경


  서울의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했지만 정작 사진 안에 사람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삶의 정황을 포착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
“사진에서 사람이 없을 때와 있을 때는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이 확연히 달라진다. 사람이 없으면 사진 속의 사물들을 살펴보게 된다. 사람이 있으면 시선이 사람 쪽으로 확 가게 된다. 보는 훈련이 잘 된 관객이라면 이 두 가지를 모두 잘 살펴보겠지만 사람이 등장하면  아무래도 사물에 덜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삶의 정황, 즉 사람이 살아가면서 시간과 더불어 달라붙어있는 삶의 이야기들은 계단이든, 길바닥이든, 화분이든 놓여있는 사물에 많이 있다. 새 집에는 삶의 정황이 전혀 없다.”


건축물에서 사는 삶, 삶을 드러내는 건축의 관계에 주목
  작가는 평소 생업으로 건축 사진을 촬영하고, 작업으로 도시를 담는다. 두 가지 모두 건축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위를 삼등분하면 자연, 건조물,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건조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건축인데 크게 보면 도시다. 더불어 사는데 기능할 수 있는 사진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살면서 삶의 많은 것이 연관돼있는 주거 또는 주거지에 대해서 간섭하는 셈이다. 물론 변할 수밖에 없지만 그 시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면 지연시킬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중간자적 입장에서 사진으로 제시하는 거다.”



김재경, 충신동, Gelatin Silver Print, 17.5 x 48cm, 2010 ©김재경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흑백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이유도 있다.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 배웠던 아날로그 방식을 디지털 시대에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 역시 속도의 문제와 맥락이 닿아있는 셈이다.

  이쯤에서 작가가 건축이라는 주제에 천착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진다. 작가는 “150년 전 파리를 기록한 사진에서 영향을 받아 도시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사진가 니콜라스 닉슨의 사진을 통해 확장된 시야를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니콜라스 닉슨이 미국 변두리 주택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스냅사진으로 촬영한 사진집을 보고 큰 영감을 얻었다. 니콜라스 닉슨 이전에는 사진이라고 하면 대형 카메라를 세워놓고 프레임을 맞추고 노출을 조절하는 등 사전 준비가 필수였다. 그런 준비과정을 거치다 보니 사진 속 사람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기 마련이다. 니콜라스 닉슨은 그런 준비과정 없이 불쑥 카메라를 들이대 대상의 맨얼굴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작가가 준비 과정 없이 불쑥 카메라를 들이대 촬영한 도시의 건축물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담아내고 싶은 것은 그곳에 배어있는 정신이나 공기 같은 것이다. 1998년에 발표한 우리나라 고건축 작업은 그런 작가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난 전시였다.
“우리나라 고건축을 촬영할 때 분명히 집을 찍었지만 의도했던 바는 집 주인은 왜 이집을 이렇게 지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윤증고택을 보면 마당에서 사당으로 가는 골목에 돌무더기와 나무가 심어져있다. 그 풍경을 보며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마음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나 공기 같은 게 담겨있다.”



김재경, 한남동, Gelatin Silver Print, 17.5 x 48cm, 2009 ©김재경


  맨 얼굴을 더 가까이 만나고 싶어 보급형 35mm 카메라를 사용한다. 고급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돌아다니면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려있는 개발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주거지에서 주민들과 만나게 될 때 가능하면 편안하게 사진을 찍고 싶었다. 개발지에서 사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해관계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데 내 존재가 성가실 수 있다. 그래서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가 최근 새롭게 발견한 카메라가 이번 작업에 많이 사용한 노블렉스다. 대부분 좁은 공간이기에 조금 더 많이 찍으려면 광각으로 찍어야 하는데 문제는 광각을 쓰면 쓸수록 앞의 사물은 커지고 뒤는 작아지는 등 왜곡이 심해진다. 노블렉스는 원통으로 회전하면서 찍는다. 골목은 평면이 아니고 상황이 내 주위를 감싸고 있다는 점에서 이 카메라와 잘 맞는다.”

  생계를 위해 건축사진을 촬영하는 날이 아니면 카메라를 둘러메고 서울에서 좋아하는 동네를 어슬렁거린다. 특히 동대문 인근의 충신동을 무척 좋아한다. 3층집들이 조밀한 형태로 밀집돼있어 마치 미로 같은 느낌의 골목은 작가에게 반복된 패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가끔 골목길에서 카메라 필름을 빼앗기기도 하고, 주먹세례를 받을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또 다시 골목을 찾아가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삶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도시가 거대한 주제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점점 촉발되거나 확장되거나 할 텐데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탐색해나갈 생각이다. 앞으로는 서울 뿐 아니라 작업실이 있는 안양과 대구 등 지방까지 확산해나가게 될 것이다.”


글 ‧ 사진=김효원 스포츠서울 기자 hwk@artmuseums.kr
동영상 촬영=전정연 기자 funny-movie@hanmail.net
작품사진=한미사진미술관 제공
2011. 11. 28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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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1/11/24 17:10:58 Posted at : 2011/11/24 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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