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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3) 페트리샤 레이튼(Patricia Leigh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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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페트리샤 레이튼(Patricia Leighton)



페트리샤 레이튼



페트리샤 레이튼의 ‘대지’로부터 자라나는 ‘조각’

  ‘대지미술’하면 단편적으로 자연(환경)을 위시한 예술, 혹은 캔버스에 재현하였던 풍경 속에 미술이 직접 뛰어든 행위 정도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여타 미술 개념이 사회변화와 기존 미술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듯, 대지미술 역시 주변과 관계를 맺으며 태동되고 발전되어 왔다. 그러한 배경을 추적하자면, 르네상스의 인본주의 아래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데올로기가 마련되었고, 근대적 의미의 과학이 형성된 17세기와 18세기 중엽 산업혁명을 통해 자연은 테크놀로지의 무차별 공격을 받게 되었다. 후기 산업사회의 개발논리는 결국 심각한 자연훼손과 환경파괴, 생태계 오염 등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사회적 불안과 문화영역의 동요가 일었던 1960년대 말, 서구 이성주의의 결과인 기술문명과 도시문화, 기존 미술의 전범과 미술시장에 염증을 느낀 서구 미술가들은 자연스럽게 자연환경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Wake’, 지역 고유의 나무 조각 3개, 사이잘 식물, 490×152×122cm, 1984, 미국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 아메리카삼나무 숲 속 늪지 The Djerassi Foundation



  그러한 시도 가운데 하나인 대지미술은 끊임없이 순환하는 역동적인 유기체로서의 자연, 인위적으로 꾸미거나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성질이나 모습을 지키는 노장사상의 무위자연(無爲自然)에 주목했다. 더불어 전시공간을 떠나 외계의 현실과 직접 대면하며, 단순미를 추구하고 장식을 제거한 반조형(Anti-Form)적인 미니멀리즘과 미술의 소유권 개념을 약화시키고 관객의 정신적 참여를 요구하는 개념미술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이러한 테두리를 넘어 생태학적이고 고고학적인 이념과 은유들을 시사했다. 즉, 대지미술가들에게 거대한 사막과 산, 대초원, 해변 공간은 풍경과 자연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으며, 사실적 존재를 체험할 수 있는 실재 환경이었던 것이다.



‘Silurian Cant’, 돌을 쌓은 경사로 4개, 각각 198×610×138cm, 1986, 영국 잉글랜드 컴브리아 주 그리즈데일(Grizedale) 숲 조각공원

 

  따라서 그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 크리스토 쟈바체프(Christo Javacheff), 로버트 스미슨(Robert Smithson) 등 인위적인 힘과 기술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자연을 변형하고 개척하려는 경향에서부터, 이와 반대로 리처드 롱(Richard Long), 헬렌과 뉴턴 해리슨 부부(Helen mayer and Newton Harrion), 앤디 골드워시(Andy Goldworthy)와 같이 환경보호를 위해 예술의 기능을 강조하는 자연친화적 성향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 안에서 25년 이상 공공영역에 대지미술을 창조해온 페트리샤 레이튼(Patricia Leighton, 1950~)은 크게 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며, 작게는 전통적인 관용 안에서 후자를 포함한 이전 세대의 대지미술가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Seven Runes’, 수제종이에 5색 리도그라피, 샤인 콜라주(chine colle), 76×112cm, 1996,  ‘Robert Blackburn Printmaking Workshop’ 뉴욕, 미국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페트리샤 레이튼의 작업은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특정 지역의 역사와 지질을 탐구하며, 자연물을 소재로 대지의 영원성과 정신성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즉, 자연환경이 가진 각기 다른 힘과 형태에 따라 가변적인 ‘대지로부터 자라나는 조각’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것은 기하학적이며 추상적인, 단순하고도 복잡한 형상으로 독특하고 통합된 미학적 지표를 소개한다. 특히, 산업으로 황폐화된 풍경을 수정되고 변경되기 이전의 자연 형태로 재설정하는데, 도시 공간 한 가운데 야생의 자연풍경과 같은 상황으로 전개시키면서 기억속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할을 한다.(이는 반대로 기계문명 속 현대인이 처한 고독감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작품들에는 1927년 미술사가 크리스토퍼 허쉬(Christopher Hussey)가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의 이론을 통해 말한 숭고의 7가지 특성-자연적이고 지적인 모호성(obscurity), 힘, 어두움, 고독 그리고 침묵과 같은 결핍(privation), 수직적 또는 수평적인 광대함(vastness), 무한성(infinity), 숭고의 무한한 진보를 암시하는 연속성(succession)과 통일성(uniformity)-이 반영되어 있다.



‘Sawtooth Ramps’, 경사로, 플랫폼 16,100cm, 1993, M8 자동차도로 옆 영국 스코틀랜드 바스게이트(Bathgate) 피라미드비즈니스공원



  이를테면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에든버러로 연결되는, 자연의 강력한 파괴자 중 하나인 M8 자동차도로를 따라 설치된 <Sawtooth Ramps, 1993>는 오랜 암석채굴에 의해 쌓인 슬래그 더미를 이용해 7개의 대형 피라미드를 만든 것이다. 매년 5천만 명이 지나가는 이곳은 감상자에게 19~20세기 스코틀랜드의 인간과 기술의 역사, 문화발전의 회상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신화의 함축된 의미들을 일깨우고 있다. 또한 작품을 통해 인공적 풍경에 반발하고 그것들의 본질적인 특성을 부각시켜 자연의 고통을 치유하고자 했다. 작가 역시 산업처럼 기존의 자연풍경에 직접적으로 개입했지만 이는 실존하는 자연의 확장을 신중하게 창조한다는 점에서 건설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Seven Runes’, 연못에 7개의 화석화된 산호석 가공, 각각 460×180×180×120cm, 총길이 2,900cm, 1991, 미국 플로리다 폼파노비치 Commissioned by Broward County Art in Public Places for the Department of the Environment



  미국 플로리다 폼파노 비치에 설치된 <Seven Runes, 1991>와 페트리샤의 남편 델 가이스트(Del Geist)가 함께 작업한 영국 데본의 <Barum Stenning, 2007>는 시간이 본질적으로 순환하고 있다고 여긴 선사시대의 거석문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땅에서 보면 추상적이고 혼란스러운 풍경을 연출하지만 상공에서만 전체를 볼 수 있는 고대 건축물들의 신비함을 상기시킨다. 때문에 그것들의 엄숙한 존재감은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Barum Stenning>은 고생대 데본기의 지각변동에 의해 형성된 육지나 산맥에 지질학에 경의를 표하며, 해안선의 시각적 대담함과 자연을 촉각적으로 경험케 한다. 주변 환경을 반영한 설치는 무엇보다 자연풍경의 특이성이 우러나는 조각을 접하게 하는 것이다. 



‘Barum Stenning’, 12개 강철 조각, 슬레이트, 각각 490×900×120cm, 2개의 장벽, 각각 6×1,850×250cm, 총면적 6,100×15,200cm, 2007, 영국 데본 반스테이플 서부 바이패스, 델 가이스트(Del Geist)와의 공동작업, Commissioned by Devon County Council, Department of the Environment, Devon, UK 사진: Laurentiu Garofeanu, London



  미국 공공시설청(GSA)의 예술건축계획(Art-in-Architecture Program)에 의해 미국 몬태나주 루스빌 보더(Roosville Border) 역에 설치된 <Passage, 2004> 역시 델 가이스트와의 공동 작업으로 빙하침식에 의한 빙퇴구 지형을 활용하였다. 마치 허공에서 그려진 라인드로잉 같은 빙퇴구 사이사이에는 빙하기말 갑작스런 홍수로 인해 옮겨진 선캄브리아 지대의 (약 13억 년 된) 둥근 돌 5개가 세워졌다. 이는 자연과 방랑자적 감성을 교차시키고, 미국과 캐나다 양방향에서 감상자를 이끌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은 지구온난화로 야기된 빙하소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Passage’, 선캄브리아기 표석8개, 대지작업, 각각 450(H)cm, 총면적 30,500(L)×9100(W)cm, 2004, 미국 몬타나 유레카 루스빌 보더(Roosville Border) 역, 델 가이스트(Del Geist)와의 공동작업, Commissioned by the US Government, GSA Administration, Art in Architecture Program, Washington DC 사진: Laurentiu Garofeanu, 런던



  최근 열린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에 출품한 그의 <Stratus>는 인간의 정착생활이 시작된 신석기 시대로 돌아가, 인천이란 지역이 가진 대지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시골 풍경에 매료된 작가는 전시 공간에 인천지역에서 공수된 대나무를 엮어, 사람 키를 조금 웃도는 두 개의 담장을 설치했다.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작품 주변을 통과하며 한국 고유의 풍경을 떠올리게 될 뿐만 아니라 평온한 명상의 세계로 초대받게 된다. 또한 대나무가 점점 시들어가며 풍기는 향은 예술작품의 촉각적 특성과 더불어 후각적 즐거움을 경험하게 했다.



‘Stratus’, 철골구조 2개, 대나무, 각 180×330×50cm, 2009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본전시 전경



  이처럼 그의 예술작업들은 환경과 조화를 꾀하며, 압도적인 스케일에 의한 실제적 경험이 가져오는 효과를 통해 관람자를 오직 작품과 그 자신만의 자연에 사로잡히도록 유도한다. 때문에 개발에 따른 삭막하고 잔인한 풍경은 그의 예술에 의해 낭만적인 것으로 승화되곤 한다.

  페트리샤 레이튼은 예술의 목표를 삶의 질과 동일한 맥락으로 설정해, 자연의 실체를 탐구하고자 한다. 때문에 그는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기보단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 하나 되기를 원하는 구도자의 태도를 취한다. 이러한 실천적 행위를 통해 그는 자신의 대지미술이 예술과 삶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인식을 변화시키고 경험의 범위를 확대시키길, 예술과 삶을 더 가깝고 보다 긴밀하게 만들기 위해 고요함과 평형 상태의 감각을 창조하기를 바라고 있다.

  앞으로 그는 맨해튼 중심부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 <Monuments to Nature>을 설치할 예정이다. <Sawtooth Ramps>처럼 50만 명의 통근자가 지나는 이곳에 존재할 작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창조적 자연으로부터 출발하며, 잔디로 덮인 세 개의 경사로로 구상되었다. 여기서 간결한 구성은 기술의 역사뿐만 아니라 인간 건축의 고답적인 구조를 반영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응시를 촉발하며, 현대의 모바일 시스템에 의해 가속화된 지각의 변화를 대면하게 하고, 지친 여행자들에게 “치유하는, 명상적이고 평온한 환경”을 제공하길 희망하고 있다.



글=서정임 퍼블릭아트 기자
사진=페트리샤 레이튼(Patricia Leighton) 제공
2009. 9. 28 ©Art Museum



<페트리샤 레이튼 프로필>
  자신의 대지미술이 감상자에게 명상적이고 평온한 환경을 제공하길 희망하는 페트리샤 레이튼(Patricia Leighton)은 1950년 영국 스코틀랜드 서부에서 태어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성장했으며, 지금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초기 독특하며 자유분방한 표현방식의 허구적 정물화를 그렸으며, 이후 유화의 한계에 실망하고 사이잘 식물을 엮으며 실재 공간에서 작업하기 시작했다. 유년기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에서부터 유럽과 영국의 신성한 고대유적을 여행하며 무한하고 숨겨진 미스터리의 감성을 직접 체험한 것까지, 그의 예술에 있어 자연으로부터의 경험은 주요한 밑거름으로 활용된다. 그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땅이 가진 역사와 지질을 탐구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때론 남편 델 가이스트(Del Geist)와 함께 공동 작업을 펼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31일까지 개최된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를 통해 소개되었고, 현재 독일 베를린의 포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에서  <outside in>전이 열리고 있다.


※ 본 기사는 미술전문 월간 ‘퍼블릭아트’ 2009년 9월호에 실린 것으로 저작권은 ‘퍼블릭아트’에 있으며 ‘퍼블릭아트’의 허락 아래 전재(轉載)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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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09/09/23 15:26:58 Posted at : 2009/09/23 1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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