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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8) 피에르 & 질(PIERRE & GI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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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작가

(88) 피에르 & 질(PIERRE & GILLES)



프랑스 아티스트 듀오 피에르와 질


현란한 자아도취 속 빛나는 리얼리티

  현란하다. 너무 화려해서 눈이 아리다. 화장, 의상, 조명을 직접 연출하고 촬영한 사진에 그림을 그리는 피에르 & 질의 작품 앞에 선 감상이다. 프랑스 라로슈 쉬르용(La Roche-sur-Yon) 출신 피에르 코모이와 르 아브르(Le Havre) 출신 질 블랜차드는 1976년 파리 겐조 부티크(Kenzo Boutique) 오프닝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당시 사진가로 일하던 피에르와 학교에서 근무하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질은 만남 이후 아만다 리어(Amanda Lear), 에티엔 다오(Etienne Daho), 리오(Lio), 니나 하겐(Nina Hagen) 등 다양한 가수들의 앨범 표지를 만들며 공동작업을 시작한다.

  잡지 패션 광고와 포스터 등 다양한 대중매체를 이용해 공동작업을 발전시켜 나가던 피에르와 질에게 크나큰 성공을 가져다준 시리즈가 있다. 1981년에 제작한 ‘La Creation Du Monde’ 연작이다. 두 협업 아티스트를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한 작품은 신화와 캠프, 호모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가톨릭 사상과 성적인 상상력이라는 상반되는 개념을 결합해 만들어낸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다.



<Marie's Heart(Model: Oda Jaune)>, 2015, Hand-painted photograph on canvas, 45 5/8 x 35in. Courtesy Galerie Daniel Templon, Paris et Bruxelles ⓒPierre et Gilles



  피에르 & 질의 초상사진은 고전적인 관념과 종교적인 이미지, 에로티시즘을 혼합한 이미지에 등장인물을 결합해 관능적인(때로는 귀엽거나 무섭기까지 한) 아이콘을 탄생시킨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으로 스스로 모델을 자처한 <결혼>(1992)에서처럼 자신들이 직접 피사체가 되기도 하고, 유명인사가 참여하거나 혹은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쓰기도 한다. 

  모델의 인종도, 나이도, 성별도 다양한데, 배우, 음악가, 포르노 스타, 예술가 등 주류와 비주류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이들의 작품에 담긴 주인공은 영화배우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과 까뜨린느 드뇌브(Catherine Deneuve), 게이 포르노 배우 제프 스트라이커(Jeff Stryker), 여장을 즐긴 영국인 게이 가수 보이 조지(Boy George), 독일 가수 니나 하겐(Nina Hagen), 팝스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마돈나(Madonna) 등 대중문화의 전설들이 있다.



<From the street to the stars(Model: Jean-Paul Gaultier)>, 2015, Hand-painted photograph, 69 1/2 x 61 5/8in. Courtesy Galerie Daniel Templon, Paris et Bruxelles ⓒ Pierre et Gilles


  최신작 <From the street to the stars(Model: Jean-Paul Gaultier)>(2015)에서 디자이너 장-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를, <For your eyes only (Model: Karl Lagerfeld)>(2013)에서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를 담아내기도.(오는 3월 한국에서 열리는 장-폴 고티에 전시에서 피에르 & 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For your eyes only(Model: Karl Lagerfeld)>, 2013, Hand-painted photograph, 55 7/8 x 42 7/8in. Courtesy Galerie Daniel Templon, Paris et Bruxelles ⓒPierre et Gilles



  피에르 & 질의 독창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세계는 명백히 대조를 이루는 여러 아이콘의 상이한 결합과 공존으로 탄생한다. 세속적임과 신성함, 성인과 죄인, 신의 은총과 인간의 타락을 병렬적으로 배치하고, 종교와 문화 전반에 이르는 고정관념을 전복시킨다. 이들이 만들어낸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등장인물은 또 다른 인격을 부여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모델이 지닌 특성이 작품에 적극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이들 손에서 탄생한 세계 속에서 색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피에르와 질의 손에서 탄생한 화면 속에서 상반된 구조의 코드들이 조화를 이루어 완전히 새로우면서도 일관적인 이미지를 창조한다. 사진과 회화를 완벽하게 혼합해 사실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것이다.



<Candy Paradise(Model: Lucky Blue Smith)>, 2015, Hand-painted photograph, 58 1/8 x 45 1/8in. Courtesy Galerie Daniel Templon, Paris et Bruxelles ⓒPierre et Gilles



  두 작가는 전통적인 초상작업에서 드러나는 자연스러움을 탈피하고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작품 속 가상세계는 피에르가 직접 조명을 조절해 찍은 사진에, 그 위에 질이 회화와 장식을 맡아 그림으로 마법을 부리며 완성에 이른다. 일단 첫인상으로는 사진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어느 부분이 그림이고 어디까지가 사진인지 분간이 어렵다. 하지만 이내 화려한 붓 터치를 인식할 수 있다. 피에르는 사진의 사실성을 강조하고, 질은 회화가 지닌 풍부한 표현법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사진의 기계적이리만치 사실적이고 차가운 속성에 회화의 붓 터치를 더하는 행위는 감성적인 측면을 부각한다. 또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기록성이라는 사진의 특성을 삭제하고 자신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변화무쌍한 허구 세계를 연출한다. 둘은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서로 소통함은 물론 나아가 관람자의 소통까지 꾀한다.



<Marie Antoinette, the queen hamlet(Model: Zahia Dehar)>, 2014, Hand-painted photograph, 60 5/8 x 54 3/4cm. Courtesy Galerie Daniel Templon, Paris et Bruxelles ⓒPierre et Gilles



  앞서 언급했듯 이들의 작품은 상당히 현란하며, 알록달록하고 풍부한 색감이 대부분이지만 소재에 따라서는 한껏 톤 다운된 묵직한 색상을 사용하기도 한다. <The tear(Model: Rithy Sak Men)>(2013)은 잔혹할 정도로 피가 낭자한 화면을 표현했는데, 흩뿌려진 피 또한 강렬하게 와 닿는다. 소재가 어떻든 간에 피에르와 질의 손을 거친 이미지들은 꽤 고혹적이다.



<The tear(Model: Rithy Sak Men)>, 2013, Hand-painted photograph, 40 3/8 x 56 1/2in. Courtesy Galerie Daniel Templon, Paris et Bruxelles ⓒPierre et Gilles



  피에르와 질의 작품은 조작되고 연출된 소재, 과장된 표현 양식, 화려하고 과도한 장식, 의도적인 조명 조작의 완벽한 하모니로 완성에 이른다. 메이킹 포토(making photo) 혹은 컨스트럭티드 포토(constructed photo) 기법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질은 세트를 정성 들여 구현하고, 인공조명과 모델들의 메이크업과 의상, 포즈를 연출해 흑백이나 컬러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그 과정이다. 두 예술가가 만들어낸 사진 프레임에서 여러 요소는 의도적으로 잘려나가거나 선택되는 선별과정을 거쳐 시각적인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종교, 성, 고대 신화, 에로티시즘, 육체 등의 개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고 찬란한 미장센(mise en scene)을 창조한다. 이들이 만들고 연출하는 사진 촬영의 대상들은 대부분 저속한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고정적인 이미지에서 유래한다. 이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정형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비록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라 해도 강렬한 색조와 화려하고 반짝이 장식 등이 지배하는 특유의 동화적인 이미지를 선보이며 키치적 감성을 더욱 극대화한다.



<Gavroche(Model: Art Gurianov)>, 2015, Hand-painted photograph, 41 1/2 x 32  7/8in. Courtesy Galerie Daniel Templon, Paris et Bruxelles ⓒPierre et Gilles


  육체의 고뇌와 세속적 애욕을 작품 안에 세밀하고 밀도 있게 표현해나가는 피에르와 질. 이들의 사진은 적나라한 이미지로 에로틱의 극강으로 치달으며 세속적 탐험을 지속해 왔다. 동성애적 감수성을 담은 자신들의 판타지를 예술로 승화하며 90년대 프랑스 예술계에 작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동성애자라는 이들의 성적 정체성 또한 대중의 이목 집중 대상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이들의 유명세를 대변할 수 없다. 

  자신들의 성적 정체성에 바탕을 둔 종교, 호모섹슈얼리티, 세속, 육체, 에로스는 피에르와 질의 작업을 종합적으로 구성하고 특징짓는 주요 요소들이다. 호모 에로틱한 욕망과 동경, 기독교에 대한 반향, 대량 생산한 종교적 이미지의 차가운 허식에 아름답지만, 때론 우스꽝스러운 인물 사진의 배치, 성과 종교의 텍스트를 변용해 도상학적으로 혼합하고 에로틱한 육체와 함께 등장시킨다. 표면적인 아름다움과 과도한 장식주의를 추구하는 피에르와 질이지만, 그 안에서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상징과 텍스트를 자연스럽게 융합하며, 작품제작 전 과정을 통해 화면 곳곳에서 상징적 개념으로 나타낸다.

  단순히 장식적 효과만을 추구한 눈요깃거리 이상으로, 디지털 시대를 거스르는 아날로그적 수작업의 과정에 걸쳐 드러나는 상징들. 회화와 사진의 가시적 결합과 섬세한 연출로 다양한 함축을 담아 미적 가치를 발현하는 독창적 작품세계. 작품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신랄하고 깊이 있으면서도 피에르와 질은 유머러스함과 장난스러움을 잊지 않는다. 사진과 그림, 리얼리티와 판타지,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그 어느 지점에 있는 세계. 이 두 예술가가 함께 꿈꾸는 세계다.

글=백아영 퍼블릭아트 기자
사진=Pierre et Gilles · Galerie Daniel Templon 제공
2016. 2. 22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피에르 & 질 프로필>

 작가 피에르 & 질은 프랑스 아티스트 듀오다. 사진가 피에르 코모이(Pierre Commoy)는 1950년, 화가 질 블랜차드(Gilles Blanchard)는 1953년생으로 둘은 1983년 파리 텍스브라운 갤러리(Galerie Texbraun)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비엔나 쿤스트하우스 빈(Kunst Haus Wien, Vienna), 싱가폴 아트 뮤지엄(Singapore Art Museum), 상하이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Shanghai), 파리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 뉴욕 뉴뮤지엄(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글래스고 근대 미술관(Gallery of Modern Art, Glasgow)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미주, 유럽, 아시아에 걸친 전 세계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본 기사는 미술전문 월간 ‘퍼블릭아트’ 2016년 2월호에 실린 것으로 저작권은 ‘퍼블릭아트’에 있으며 ‘퍼블릭아트’의 허락 아래 전재(轉載)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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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6/02/17 18:16:22 Posted at : 2016/02/16 11: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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