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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9)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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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작가

(89)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티에스터 게이츠



호흡하거나 정지해버린 게이츠의 지형도

  ‘삶을 변화시키는 예술가.’ 티에스터 게이츠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더러 장식품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미술에 대한 인식을 180도 뒤바꾸는 게이츠는 예술을 통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고, 폐허가 된 지역에 예술로 활력을 불어넣는 실천하는 예술가이다.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도예가, 뮤지션, 디자이너, 도시계획자, 지역사회 조직가, 문화기업인 이 모두는 티에스터 게이츠에게 붙는 호칭이다. 

  이 많은 수식어 중 그를 대표하는 수식을 꼽으라면 단연 ‘도예가’이다(작가 자신도 이 단어를 즐겨 쓴다). ‘도체스터 프로젝트(Dorchester Project)’(2006-)로 명성을 얻은 그이기에 도시계획자가 아닌 도예가란 칭호가 낯설 수 있지만, 그가 도시로 세상을 만드는 법을 배운 것이 바로 도예였던 까닭에 타당하다. 예술이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학문이지만, 그 많은 분야 중 도예는 게이츠에게 무언가를 아주 멋지고 재빨리 제작할 수 있는 특별한 장르인 셈이다.



<Ebony Vitrine 1>, 2012, Lath, glass, paper, black felt, 88 x 88 x 15cm(34 5/8 x 34 5/8 x 5 7/8in) ⓒTheaster Gates Photo ⓒWhite Cube(Ben Westoby) Courtesy Johnson Publishing Company, LLC



  ‘도체스터 프로젝트’는 폐허로 방치된 건물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켜 소외된 도시를 문화 중심부로 만드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는다. 이 프로젝트가 이슈가 된 시점을 좀 더 정확히 따지자면 2008년 전(全) 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 이후인데, 당시 미국 내 많은 도시가 파산위기에 놓였을 때 게이츠는 위기를 기회로 살려 ‘도체스터 프로젝트’의 성장 발판으로 삼았다.

  첫 시작은 게이츠 자신의 집이 위치한 도체스터 에비뉴였다. 그는 전 재산을 털어 시카고 서부의 작은 집을 구매 후, “이것은 공연 예술이다”라는 대사와 함께 빗자루질하는 행위예술로 우선 이웃들의 관심을 끌었다. 평범하지 않은 광경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작은 폐공간은 차츰 공연, 전시, 이웃들과 간단한 저녁 모임을 가질 수 있는 문화의 장(場)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방치된 건물을 지역 커뮤니티로 복귀시키자는 제 목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첫 번째 건물에서 그는 건물이 하나의 목적을 지닌 것이 아닌 여러 활동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연달아 ‘도체스터 프로젝트’를 확장 시켜나갔다.



<Raising Goliath>, 2012, 1967 Ford fire truck, magazines, tar bucket, mop, steel, wire Dimensions variable. ⓒTheaster Gates Photo ⓒ White Cube(Ben Westoby) Courtesy Johnson Publishing Company, LLC



  마약 매매 장소로 활용된 시카고의 한 창고를 개조한 ‘블랙 시네마 하우스(Black Cinema House)’에는 시카고 지역민과 연관 깊은 영화를 상영하며 한쪽에는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을 함께 마련했으며, 8,000개의 LP판으로 채워 명상과 예술적 활력을 느낄 수 있는 ‘리스닝 룸(Listening Room)’은 게이츠의 레지던시에 입주한 예술가와 뮤지션이 디제이 파티를 여는 등 여러 이벤트를 마련해 문화의 다양성을 꾀했다.

  건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예술을 통한 지역 활성화에 초점을 두는 내내 그가 끝내 놓지 않은 끈이 하나 있으니 바로 ‘흑인’이란 정체성이다. 이미 많은 흑인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인종적 정체성을 탐구한 바 있듯 게이츠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게이츠가 태어나고 자란 시카고의 지역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현재까지도 활동의 본거지를 두고 있는 시카고는 ‘흑인 대이동(Great Migration)’의 주 목적지가 된 곳으로 가난한 흑인 노동자에 관한 긴 역사를 지닌 지역이다. 노예 해방이 대대적으로 이뤄졌지만 여전히 흑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미국 남부에 존재했기에, 남부 흑인들에게 시카고는 기회의 땅이었던 것. 게이츠가 지금은 세계예술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는 이런 흑인 역사가 깃든 시카고 서부 쪽에서 꽤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Installation view of <Soul Manufacturing Corporation: To Make the Thing that Makes the Things> at The Fabric Workshop and Museum, Philadelphia 2013, Photo credit: Carlos Avendano



  또한, 게이츠는 미국 과격파 흑인인권단체 ‘흑표범단(Black Pantherism)’ 에 몸담은 과거를 지닌 많은 남매를 두고 있어 흑인인권에 관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상황에 둘러싸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와 문화에 기반을 두고 미국 내 인종 평등을 위해 진행되는 투쟁, 나아가 자유가 지니는 근본적인 의미를 시각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노예, 노동, 시민권 투쟁 운동 등 흑인이 자유를 위해 겪어온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긴 소방 호스가 가득 쌓여있는 <In Event of a Race Riot>(2011-)은 1963년 알바마주에 있는 버밍햄에서 흑인 학생들이 시민권을 위해 평화시위를 진행했을 당시 그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사용된 소방호스로 제작한 작품이다. 호스를 가두고 있는 액자 프레임은 투쟁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흔히들 지금은 평등시대라 착각하며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거라 여기는 인종투쟁이 여전히 미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관람객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장치다.

  <Shoe-Shine>(2009) 또한 마찬가지다. 왕좌를 연상시키는 작품은, 사실 재활용된 의자로 제작됐다. 완성품이 상징하는 의미와 재료가 지닌 속성이 상반되며 나오는 시각적 간극에서 흑인노예제도가 없어졌음에도 여전히 흑인의 역할로 남아있는 시중과 시중드는 사람 그 자체를 조명해 불평등한 노동개념에 주목시킨다.



<Gone are the Days of Shelter and Martyr>, 2015, Concrete, metal, slate, wood, rubber tubes, mechanical breathing apparatus Dimensions variable ⓒTheaster Gates Photo
ⓒWhite Cube(Francesco Allegretto)



  한편, 뮤지컬 앙상블적 실험이라 묘사되며 2009년부터 게이츠가 이끌어온 ‘The Black Monks of Mississippi’는 흑인문화에 기반을 둔 음악적 퍼포먼스로, 흑인문화를 새로이 확산하며 다른 문화와 혼합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전통을 여러 장르의 예술가와 함께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이 퍼포먼스엔 한 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바로, 흑인교회 음악이 지닌 성향을 따르며 엄격할 정도로 블루스음악 형식을 고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청년가스펠성가대에서 활동한 영향도 있지만 이는 게이츠가 블루스를 미국음악 전통의 가장 중요한 뿌리라 생각하고 흑인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Rebuild Foundation’s Stony Island Arts Bank, Photo by Tom Harris ⓒHedrich Blessing Courtesy
of Rebuild Foundation



  게이츠가 지닌 두 가지 예술 철학이 한 데 집성한 작품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지난해 완공된 ‘스토니 아일랜드 아트 뱅크(Stony Island Arts Bank)’를 꼽을 수 있겠다. 은행은 6피트 정도의 물이 찬 채 방치되었을 정도로 누구의 관심을 받지 못한 공간으로, 경제적 문제가 프로젝트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러나 이전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성공적으로 완수한 게이츠가 아닌가? 그는 그의 가장 큰 후원자인 시카고 시장 람 이매뉴얼(Rahm Emanuael)의 도움으로 은행을 단돈 1달러에 구매할 수 있었다. 독창적인 예술가답게, 재건축 자금을 모으기 위해 자신의 예술적 기질을 십분 활용했다.



Rebuild Foundation’s Stony Island Arts Bank, Photo by Steve Hall ⓒHedrich Blessing Courtesy of Rebuild Foundation



  그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은행 안에 있던 대리적 조각이었다. 게이츠는 조각을 재활용 해 “In Art We Trust” 란 문구를 새긴 100개의 사각 블록을 만들어 ‘2013 아트바젤(Art Basel 2013)’에서 판매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당시 게이츠는 “예술이라는 이름 안에서 스위스 은행들이 나의 홍수로 잠긴 은행을 구제해주길 희망한다.”라는 멋들어진 호소를 통해 5,000달러라는 수익금을 올렸고, 이를 기반으로 재건축 사업에 착수해 은행은 전시장, 이벤트 장소, 도서관, 레코드 룸 등으로 구성된 종합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완공 당시 게이츠는 “이곳은 차세대 흑인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적 실험 공간이며,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적 흥미를 돋을 수 있는 곳이다”라는 의견을 밝힘으로써 자신과 같은 흑인예술가들이 흑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식을 제시하며 예술로 지역이 활성화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길 희망했다.



Rebuild Foundation’s Stony Island Arts Bank Photo by Tom Harris ⓒHedrich Blessing
ⓒHedrich Blessing Courtesy of Rebuild Foundation



  그의 예술은 실용적 측면이 강해, 관람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화려하진 않다. 오히려, 소박하단 표현이 어울린다. 사람을 위한 예술을 추구했기에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 들 수 있는 정갈한 예술이 게이츠 작품에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그 소박함 안에는 새 예술이 창조되는 시점, 재탄생 될 수 있는 생명을 가진 자원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할 수 있는 가교 역할, 다양한 기능을 하고 성장하는 공간, 삶을 재생을 촉진하는 경험, 그리고 사회경제적인 재개와 위대한 문화유산 모델 제공 등 상당히 실용적이면서도 철학적 요소가 무수히 담겨있다. 

  또한, 흑인의 역사와 현실을 비판하며, 그들이 지닌 전통성이 미국사회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재고하려 하며, 작품을 통해 자신과 같은 흑인예술가들이 흑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식을 제공한다. 이처럼 게이츠는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다방면으로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인종을 넘어선 자신의 존재감을 펼치는 것에 거리낌 없는 활동가다.

글=이효정 퍼블릭아트 기자
사진=화이트큐브(WhiteCube) 제공
2016. 3. 14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티에스터 케이츠 프로필>
  1973년생. 미국 시카고 출신 티에스터 게이츠는 아이오와 주립대(Iowa State University)에서 도시계획과 도자를 학습한 베이스를 활용해 도시계획과 예술의 합작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예술을 펼치는 작가다. 작품은 주로 주변에 있는 재료와 역사적 오브제로 제작되며, 사회적 책임과 깊은 신념을 기반으로 건축가, 연구원, 퍼포머와 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협업을 통한 평론’이란 별명을 지니고 있다. 현재 시카고대학(University of Chicago) 비주얼아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비영리 단체 ‘리빌드 재단(Rebuild Foundation)’의 설립자로 활동 중이다.


※ 본 기사는 미술전문 월간 ‘퍼블릭아트’ 2016년 3월호에 실린 것으로 저작권은 ‘퍼블릭아트’에 있으며 ‘퍼블릭아트’의 허락 아래 전재(轉載)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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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6/03/09 16:07:04 Posted at : 2016/03/08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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