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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1) 아이다 물루네(Aida Mulun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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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작가

(91) 아이다 물루네(Aida Muluneh)



캐나다와 미국 생활을 접고 9년 전, 조국 에티오피아에 정착한 사진작가 아이다 물루네.



버리고 가야할 것들의 황홀함

  아이다 물루네에게 붙일 수 있는 수식은 많다. 허나 그 어느 것도 ‘에티오피아’를 빼고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강렬한 햇살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으로 그는 사진계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조국 에티오피아의 문화 개발 단체와 사진 축제를 설립하는 등 그저 단순 사진가를 넘어 아프리카의 문화 선도자로서 그 영역을 널리 하는 물루네. 우리가 잘 모르는, 그 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아프리카의 일상을 사진 속에 그려 낸 작품들은 단박에 시선을 잡아끈다. 탁월한 눈썰미와 해석력, 그리고 에티오피아를 향한 애정으로 점철된 작품을, 그는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다.

  어릴 적 고향을 떠나 예멘, 영국, 사이프러스 등을 옮겨 다닌 후 캐나다와 미국에 정착해 살아온 작가는 아프리카 전통과 관습의 틀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그러다『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의 사진작가로 일하던 그는 자신의 관심이 보도사진보다는 예술적 사진으로 향하는 중력적 힘을 느꼈는데, 마침 본인의 뿌리 아프리카가 부르는 힘도 느꼈던 걸까. 9년 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삶의 터전을 새로 잡으며 예술 사진가로서의 경력도 새롭게 시작했다.



<Romance is dead>, 2016, Photograph printed on sunset hot press rag 310 GSM, 80 x 80cm, Image courtesy of Aida Muluneh and David Krut Projects


  초창기 그의 작품 특징은 에티오피아의 일상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쟁이나 기아를 주제로 하거나 아프리카의 이국적 풍경 혹은 그곳에 살고 있는 부족들을 보여주는 사진 작품들을 봐왔다. 그러나 물루네는 오랫동안 고향에서 떨어져 지내며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아프리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는 뉴스에 등장하는 아프리카가 아닌 그곳에 직접 발을 디뎌본 사람이라면 알만한, 지극히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순간들을 작품에 담았다. 외부인은 잘 모르는 대륙의 모습을 담으며 에티오피아 내에 존재하는 사진에 대한 고정관념과 외부 세상이 바라보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바꾸고자 노력한 것이다.

  그의 사진에 대한 열정과 에티오피아에 대한 애정은 나아가 사진 축제 ‘아디스 포토 페스트(Addis Foto Fest)’와 문화 개발 단체인 ‘DFA(DESTA For Africa)’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아디스 포토 페스트’는 에티오피아 내에서 전례 없던 사진 축제로,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격년으로 열리는데, 전 세계 작가의 사진을 한데 모아 리뷰 하고 전시, 컨퍼런스를 여는 등 에티오피아 사진계에서는 감히 파격적이라고 불릴만한 행사이다. 예술가, 특히 사진가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사진 시장을 넓히는 데 힘쓴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The Departure>, 2016, Photograph printed on sunset hot press rag 310 GSM, 80 x 80cm, Image courtesy of Aida Muluneh and David Krut Projects



  사진작가라고 해봐야 기껏 웨딩사진을 찍는 사진사가 전부인 나라에서 이 행사는 예술사진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그 보급에 힘쓰는 등 문화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2010년부터 시작된 사진 축제는 올해 4회째를 맞으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디스 포토 페스트를 주관하는 DFA 역시 아디스 아바바를 기반으로 하는 단체로, 학교에서 사진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사진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활동을 해 새로운 사진작가를 양성하는 데 힘쓰고, 그곳 사람들의 반응 또한 매우 긍정적이다. 정식으로 사진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매우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DFA는 에티오피아에서 사진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든든한 발판이 되어준다.

  아디스 아바바 내에서의 물루네의 활발한 활동은 그 안에 머물지 않고 이미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뉴욕과 요하네스버그 그리고 케이프타운을 기반으로 하는 데이비드 크루트 프로젝트(David Krut Projects)는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나 윌렘 보쇼프(Willem Boshoff)와 같은 유명 작가들과 협업해온 곳으로, 주로 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하는 작가들을 발굴해온 곳인데, 이곳의 눈에 띈 것. 이곳에서 이미 수차례 그룹전을 가진 그는 지난달, 뉴욕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전시 제목은 <The world is 9>.



<City Life>, 2016, Photograph printed on sunset hot press rag 310 GSM, 80 x 80cm, Image courtesy of Aida Muluneh and David Krut Projects



  그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해외에서의 오랜 생활 후 본국으로 돌아가 정착하면서 느끼고 배운 것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여성으로 살면서 느낀 부당한 대우들과 세상이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 살아온 물루네는 이런 관점을 확 바꾸고자 했다. 그가 겪은 세상은 좋을 때는 한없이 좋지만 결코 완벽할 수는 없었다. 그의 할머니가 항상 입에 달고 산 “세상은 절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10이 아니라 9이다.”라는 말에서 전시 제목을 따왔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30여 점의 작품은 물루네 기존의 작품보다 훨씬 강렬하고 선명한 색상과 이미지를 띈다. 이는 세계 그 어느 곳을 가도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은 ‘9’의 삶을 사는데, 미국의 삶과 아프리카의 모습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일깨우려 더 눈에 띄는 밝은 색을 사용해 아프리카의 모습을 담았다. 또 그것들은 삶, 사랑, 역사 등을 나타내며 개인, 나라, 혹은 그저 하나의 존재로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



<The Morning Bride>, 2016, Photograph printed on sunset hot press rag 310 GSM, 80 x 80cm, Image courtesy of Aida Muluneh and David Krut Projects



  그의 작품에서 팝아트적인 색상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아마 사람의 몸 위에 직접 페인팅을 해 놓은 형상일 것이다. 이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이루어지는 전통 부족들의 바디페인팅 방식에서 따온 것으로 온몸에 물감 칠을 해 가림으로써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고 내면의 분쟁을 혼자 삭이는 개개인의 모습을 담는데, 이것은 우리는 모두 다른 성격을 갖고 있지만 결국 내면에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또 전체를 마스크처럼 색깔로 덮어버려 인종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든 얼굴은 캔버스를 대신해 화폭 역할을 한다.

  에티오피아의 가시광선을 고스란히 담은 듯한 작품은 상대의 시선을 강탈한다. 대담한 색상이 자아내는 이국적인 분위기 속 여인은 마치 무언가 말을 건넬 것만 같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그 화려한 색상과 무표정의 여인 사이에 놓인 아름다움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관람객이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이미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의미까지 되새겨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가가 의도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For all I care>, 2016, Photograph printed on sunset hot press rag 310 GSM, 80 x 80cm, Image courtesy of Aida Muluneh and David Krut Projects



  <The Morning Bride>(2016)는 순백의 옷과 면사포를 걸친 신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뒤로 보이는 새빨간 꽃무늬 패턴은 결혼식의 화려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왠지 모를 불길함을 전달한다. 또 다른 작품 <The more Loving One Part One>(2016) 속의 여자는 새파랗게 맑은 하늘 속에서 같은 색의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줘 탁 트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빨간 사다리의 꼭대기에서 한 발을 내딛고 서 있는 모습은 1초 후의 상황을 상상하게 해 보는 이를 아슬아슬하게 만들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 ‘빛’을 포착하는 것 또한 그가 작품을 만들 때 집중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그의 작품에서 빛의 사용은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돋보이도록 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빛은 사진을 찍을 때 통과하는 빛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깨우치는 의미로도 설명된다. 마치 만화영화에서 주인공이 아이디어를 얻었을 때 머리 위에서 전구가 반짝이는 것처럼, 그는 관객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번쩍하는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말했듯, 그의 작품은 단순히 눈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Fragments>, 2016, Photograph printed on sunset hot press rag 310 GSM, 80 x 80cm, Image courtesy of Aida Muluneh and David Krut Projects



  알록달록 칠해진 얼굴과 배경 뒤로 그가 근본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이던 모두가 같은 감정을 지니고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며 그의 사진 속 인물은 흑인 여성이 아닌 그저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나아가,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닌 사람들이 이제 세계 여느 곳과 동등한 곳, 아름다움과 행복, 그리고 슬픔이 공존하는 곳으로 인식하길, 그는 바란다. 보고 있자면 금세 현혹될 것만 같은 그의 작품과 그 안에 존재하는 아프리카. 우리는 이미 그 속으로 초대될 준비가 되어있다.

글=조연미 퍼블릭아트 수습기자
사진=데이비트 크루트 프로젝트(David Krut Projects) 제공
2016. 5. 9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아이다 물루네 프로필>
  아이다 물루네는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났다. 5살 때 고향 에티오피아를 떠나 세계 여러 곳을 누비며 지내온 그는 2001년, 미국 워싱턴 D.C의 하워드 대학교(Howard University) 커뮤니케이션 학부를 졸업했다. 2007년 말리 바마코(Bamako)에서 아프리카 사진작가를 대상으로 열린 유러피안 유니언 사진대상(European Union Prize in the Rencontres Africaines de la Photographie)과 2010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CRAF 국제사진 어워드(CRAF International Award of Photography)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에티오피아 예술사진계의 발전을 위해 ‘아디스 포토 페스트(Addis Foto Fest), 비영리단체인 DFA(DESTA For Africa)를 설립하는 등 단순 사진작가를 넘어서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본 기사는 미술전문 월간 ‘퍼블릭아트’ 2016년 5월호에 실린 것으로 저작권은 ‘퍼블릭아트’에 있으며 ‘퍼블릭아트’의 허락 아래 전재(轉載)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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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6/05/03 12:18:16 Posted at : 2016/05/03 12: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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