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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7) 헬렌 마틴(Helen Ma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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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작가

(97) 헬렌 마틴(Helen Marten)



헬렌 마틴


물질의 집합소, 연합된 의미


  “헬렌이 될 것 같죠? 혼자 너무 핫 하네.” 지난달 중순,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 2016’이 선보이는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갤러리에서 마주친 국내 인사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멀리 이국에서 예고도 없이 만났는데, 형식적 인사도 생략하고 이 말을 던진 것이다. 그의 말투는 상기돼 있었고, 정말 ‘헬렌’이란 작가에게 푹 빠진 모양이었다. 전시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선입견이 생겼다. ‘이런, 가능한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객관적으로 작가들을 살펴야겠다!’

  분방한 영국 매체들은 특정 작가를 응원하는데 망설임이 없는 듯 했다. 딱 네 명의 작가인데 유독 한 작가의 작품을 지면에 큼직하게 배치한다거나 관람객의 리뷰 또한 한 방향으로 모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 매체 또한 수상 후보 중 가장 젊은 헬렌 마틴((Helen Marten)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영국 현대미술의 큰 줄기인 ‘터너 프라이즈’에 노미네이트된 동시에 하나의 브랜드로 미학적 파워를 지닌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에서 개인전을 치르고 있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The Footsie Erosion>, 2016, Courtesy of the artist, Sadie Coles HQ, London; Greene Naftali, New York; Konig Galerie, Berlin; and T293, Rome

  
  1985년생. 앞서 말한 터너 프라이즈는 물론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Venezia Biennale)’에 초청돼 세계 미술인들의 주목을 얻었고 제1회 ‘햅워스 조각 상(Hepworth Sculpture Prize)’ 후보로도 등극한 헬렌 마틴의 나이는 이제 막 ‘이립’(而立)을 넘었다. 그는 얼마 전 서펜타인 갤러리에 <Drunk Brown House>란 타이틀로 전혀 새로운 설치 작품을 완성했는데 조각, 텍스트 그리고 스크린프린트 회화를 한데 합치는 마틴의 작업방식은 이미지와 오브젝트를 구성하며 2차원 그리고 3차원적인 형태를 오간다. 그의 설치작품들은 시각적이고 언어적인 모호성을 응용하며, 오해와 오역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마틴의 입체 작품은 대개 물질의 집합소 같은 역할을 한다. 큰 물건 위에 작고 아담한 어떤 것들이 놓이고 때로 삐죽한 것이 덩어리를 관통하거나 혹은 지지하며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룬다. 이렇듯 이질적 물품들로 조합된 작품들은 레디메이드에 대한 우리의 관념과 인식에 의문을 던진다. 콜라주된 추상적 입체, 즉 집합체는 여러 의미가 합치고 떨어져 나간 연합된 기운을 뿜기 때문이다. 서펜타인 갤러리 전시 서문에도 “그것은 상형문자 혹은 일종의 고고학적 애너그램(anagram)을 창조해낸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직접 작품을 대면해 있자면, 분명 작품의 암호화된 순서들은 내부적 논리를 따르는 듯 여겨진다. 



<Scalloped scum and tender shoots>, 2016, Courtesy of the artist, Sadie Coles HQ, London; Greene Naftali, New York; Konig Galerie, Berlin; and T293, Rome


  “어떤 물체가 그것들의 기하학적 기억들로 자잘하게 나눠지는 포인트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집안에서 발견하는 사람들의 두 다리나 고양이들도 크고 쉽게는 하나의 라인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밝히는 작가는 동시대부터 역사적인 것까지, 그리고 일상적인 것과 불가사의한 것까지의 레퍼런스로 조각을 완성하고 설치를 위한 글을 쓴다. 터너 프라이즈에 출품한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일상 속 핸드메이드와 찾은 물건들(파운드 오브젝트) 그리고 조금 덜 평범한 것들을 한데 모았다. 말하자면 면봉, 동전, 신발 밑창, 석회, 대리석, 계란, 스누커 쵸크 그리고 뱀가죽 등을 집적시켰는데, 콜라주 같은 이 물체들과 장난스러운 이미지의 집합은 시각적 퍼즐을 생성하며 게임처럼 느껴졌다. 마틴의 작품에 대해 누구는 시적이라고, 또 누구는 퀴즈라고 표현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는 터너 프라이즈의 독립된 공간을 ‘베니스 비엔날레’에 선보였던 <Lunar Nibs>를 비롯해 그린 나프탈리(Greene Naftali) 갤러리에 전시했던 <Eucalyptus Let Us In> 등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했다. 현대시각문화에서 따온 모델과 모티브로,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마틴의 조각은 “작가의 컨텍스트에서 익숙한 사물들은 이상하고 추상적인 것이 되고, 새롭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와 아이디어들을 창조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Exhibition of <Drunk Brown House> at Serpentine Sackler Gallery (2016년 9월29일~2016년 11월20일); Photo ⓒAnnik Wetter



   그런가하면 얼마 전 뉴욕 그린 나프탈리의 전시는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선보였다. 각각은 작업실 혹은 터미널을 연상시켰고 이곳에 특정한 인간 활동이 개입한 듯 꾸민 전시는 예의 대중과 평론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마틴의 설치를 마주하면 마치 각자의 탐험과 추리로 고고학에 몰두해야 한다.”는 리뷰가 쏟아졌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마치 처음 본 것 마냥 제안하는 작품은 마틴의 “겉껍질을 벗는다(husked down)”든지 “그들만의 기하학적인 기억이 된다(to geometric memories of themselves)”는 작가 나름의 표현과 딱 맞아떨어졌다.



<Spiders in common>, 2016, Courtesy of the artist, Sadie Coles HQ, London; Greene Naftali, New York; Konig Galerie, Berlin; and T293, Rome



  하나의 무대에 전혀 다른 여러 개의 배역을 소화하듯, 헬렌 마틴은 동시다발적이나 형태와 주제가 다른 여러 유형을 다루고 있다. 작가라는 하나의 주체가 있고, 거기에 다양한 소스를 집어넣었을 때 그것은 제각기 다르게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가 주변의 사물을 넘어 자연 풍경에서 무엇을 집어 오더라도 그것은 완전히 또 다른 유형으로 완성될 것이다. 여기에서 관람객은 그가 집적한 방식이라든지 색의 배합이라든지 아이콘을 형상화하는 것 자체가 결국은 한 곳에 모이는 부분을 찾고 이 모든 작품이 일정한 논리를 거쳤다는 것을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hibition view of <Drunk Brown House> at Serpentine Sackler Gallery (2016년 9월29일~2016년 11월20일); Photo ⓒAnnik Wetter


  낯익은 것이든 버려진 것이든 아니면 혹은 세계적인 랜드 마크의 한 부분이든 지극히 상징적인 것을 무심히 재현하며 작업의 원천 소스로 삼아 색다른 감각을 완성하는 헬렌 마틴. 독일 큐레이터 베아트릭 러프(Beatrix Ruf)는 “우리 시대의 가장 풍부하고 열정적인 예술적 생산품 중 하나이자, 조각과 비디오 그리고 설치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가장 영리하게 응용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마틴을 설명했고『Frieze』의 편집자 요르그 헤이져(Jörg Heiser)는 “헬렌 마틴은 실체가 있는 것들을 디지털적 방법으로 다룬다. 그는 끌어당기고 떨어뜨리고 압축시키고 압축을 풀고 충돌시키며 모둔 것을 재부팅시킨다.”고 강조했다. 



<Wax rehearsal>, 2016, Courtesy of the artist, Sadie Coles HQ, London; Greene Naftali, New York; Konig Galerie, Berlin; and T293, Rome



  누구나 ‘나만큼 날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하지만, 더러 자신의 모습에서 낯설음을 발견하기 마련이다. 거리를 걷다 비춰 본 쇼윈도의 모습이라든지 지하철 차창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 혹은 어릴 적 메모한 문장들에서 어쩐지 익숙지 않고 어색한, 그리고 전혀 색다른 감정을 읽게 되는 것이다. 마틴도 머릿속에 배양된 이야기를 공간에 옮기며 스스로 그 이야기의 중심으로 삽입되는 작가이다. 이것저것을 결합시킨 작품에서 작가는 주체이되 무관한 것처럼 대중과 함께 지켜보기를 자처하기도 한다. 우리들로 하여금 자신이 만들고 쓰는 재료들을 매우 가까이서 보게끔 만드는 헬렌 마틴은 현재 세계 속에서 우리를 감싸고 있는 오브젝트와 이미지들을 다시금 생각토록 만든다. 

정일주 퍼블릭아트 편집장
사진=서펜타인 갤러리 제공
2016. 11. 14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헬렌 마틴 프로필>
  막강한 브랜드를 형성하고 있는 작가 헬렌 마틴은 1985년 생으로 센트럴 세인트 마틴(2005)과 옥스포드 대학 러스킨스쿨(2008)에서 수학한 후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최근 뉴욕의 그린 나프탈리에서 개인전을 선보인 것을 비롯해 그는 독일의 프리데리시아넘, 런던 사디콜 HQ, 베를린 조안 코니그 등에서 전시를 연 바 있다. 2015년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와 2013년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 2013년 ‘제12회 리옹 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제20회 시드니 비엔날레’에도 초청됐다. 워싱턴 허쉬혼 뮤지엄, 스톡홀름의 모더나 뮤제(Moderna Museet), 오슬로 현대미술관 그리고 뉴욕 모마 PS1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루마 프라이즈(2012)와 프릭스 라파옛(2011)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 본 기사는 미술전문 월간 ‘퍼블릭아트’ 2016년 11월호에 실린 것으로 저작권은 ‘퍼블릭아트’에 있으며 ‘퍼블릭아트’의 허락 아래 전재(轉載)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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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6/11/08 18:11:46 Posted at : 2016/11/08 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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