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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최두은의 미디어아트 다시보기 (5) 미디어아트, 시간을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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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은의 미디어아트 다시보기

(5) 미디어아트, 시간을 다시 쓰다



Yael Kanarek, <Heavenly, So Long>, 2011, Technical developer Shawn Lawson
sound Andrea Parkins ©Yael Kanarek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은 크리스찬 마클레어(Christian Marclay)의 <시계(the Clock)>(http://www.vimeo.com/28702716)다.
현실 속 24시간에 맞추어 다양한 TV 프로그램과 영화 속 장면들이 몽타주 형식으로 등장한다. 할리우드와 유럽,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수많은 장면들은 시대와 공간 그리고 문화를 넘나든다. 손목시계, 탁상시계, 벽시계, 괘종시계, 그리고 시계탑까지 다양한 시계들이 화면 속에 등장한다. “지금 몇 시 인가요?”, “지금은 몇 시 입니다.”라는 대사들이 반복되고, 시간을 즐기거나 혹은 시간에 쫓기는 수많은 인물들과 만난다. 이들 사이에 흐르는 시간은 영상 안의 시간이자 곧 영상 밖 관객들이 살고 있는 현실 속 시간과 일치한다.



Christian Marclay, <the Clock>, 2010(installation view at Venice Biennale)
©stunned from Flickr


  크리스찬 마클레어는 대상 수상 인터뷰를 통해 “수많은 작품들이 있어 한 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엔날레에서 ‘시간’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더욱 ‘시간’을 질문하게 할 것이다.”라고 말한바 있다. 그의 예상대로 관객들은 망설인다. 얼마나 이 작품에 내 시간을 투자할 것인가? 처음에는 5분만 앉아 있자 마음을 먹었다면 계속되는 호기심으로 작품에 빠져들며(혹은 지친 몸을 쉬게 하느라) 10분만, 20분만, 30분만…… 그렇게 1시간을 보냈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 바쁜 세상에 사람들의 시간을 잡아 두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 작품은 성공한 셈이다.



Christian Marclay, <the Clock>, 2010(installation view at Venice Biennale)
©Happy Famous Artists - Bad Art for Bad People from Flickr


  사실 많은 관객들은 이 작품을 보며 기존의 영화처럼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수많은 기존의 영상들에서 찾아낸 장면들로 현실의 하루에 맞추어 24시간짜리 영상 속 하루를 만드는 데 들어간 그의 엄청난 노고에 감탄하며, 서로 다른 것들이 시간에 따라 이어지는 그럴 듯한 구성에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장면들이 등장하면 그와 연결된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각자의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이렇게 이 <시계>는 현실의 시간에 맞추어 돌아갈 뿐 아니라, 현실의 관객들의 상상력에 의해 비로소 관계를 맺고 완성이 되는 것이다.

  미디어 아트의 시초인 비디오 아트를 또 다른 확장된 용어로 ‘시간’ 예술(time-based art)이라고 명명했듯, 미디어 아티스트들에게 시간이라는 주제는 영원한 숙제이자 도전의 대상이다. 1960년대 백남준은 당시 매체인 TV 모니터로 24시간을 표현한 바 있다. 그는 TV 자체가 가지고 있는 주사선을 기계적으로 조작해 한 선만 빛나게 하여, 24개의 모니터에 시간에 따라 기울기가 달라지는 <TV 시계>를 선보였다. 그리고 흑백과 컬러 모니터를 동시에 사용하여 밤과 낮의 변화를 표현하였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기존의 ‘고정적’인 시간 개념이 도전을 받고 있는 이 시대의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시간을 담는 ‘시계’란 무엇일까?

  에릭 애디가드와 크리스 살터(M-A-D, Erik Adigard + Chris Salter)는 2008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를 통해 거대한 디지털시계 <AirXY>(2008)를 선보인 바 있다. 총 4개의 레이어로 이루어진 이 새로운 시계는 먼저 XY 축으로 24시간, 60분을 그리드로 분할하여 시간을 알려주는 고전적 시계의 역할을 담는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는 이 시계를 돌리는 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있다. 그 위에는 12개의 부유하는 아이콘들이 있다. 컴퓨터 파워 버튼과 같이 디지털을 상징하는 이 아이콘들은 다양한 행동 패턴을 보이며 무작위적으로 스크린 위를 떠  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시계는 스크린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트래킹하여 실시간으로 투사한다.



M-A-D, Erik Adigard + Chris Salter, <AirXY>, 2008
©M-A-D, Erik Adigard + Chris Salter


  이는 구글 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드러나는 지금 이 시대의 ‘감시’를 상징한다. 하지만 이 감시는 단순히 시스템이 인간을 감시하는 일방향적 감시가 아니라 관객들 스스로 안으로 들어와 즐기는 더 이상 감시하는 자와 감시당하는 자의 구분이 없는 이 시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거대한 시계 벽 뒤에는 스모그와 라이트로 구성된 끝을 알 수 없는 공간이 펼쳐져 있고, 바닥에는 앞면의 아이콘들과 같은 아이콘들이 초단위로 나타나고 사라진다. 이는 단순히 현실의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아니라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혼재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풍경을 복합적으로 드러내는 시계인 셈이다. http://www.airxy.org/

  한편, 시계를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담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는 작가들도 있다. 우주+림희영은 보이지 않는 판타지의 세계를 ‘현실화’ 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다.

설계자 1: 머릿속에서만 꿈꾸는 판타지는 그야말로 상상에 불과합니다. 항상 현실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판타지가 필요합니다.

설계자 2: 네. 그렇습니다. 판타지의 현실화를 증명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유지되는 판타지는 실제 시간과 맞물려 있어야 합니다. 계속적으로 판타지가 유지되기 위해서 시간은 빠질 수 없습니다.




u_joo+limheeyoung, <The nightmare machine>, 2010, kinetic sculpture, plywood, p.v.c pipe, dc motor, servo motor, micro processor, 100 x 160 x 190cm
©u_joo+limheeyoung



  그래서 그들은 현실의 시간에 맞추어 움직이는 기계를 만든다. <나쁜 꿈을 꾸는 기계>(2010)의 뒤 쪽에는 풍향계와 같은 모양의 장치가 있다. 오른쪽으로 한 번 회전하면 1시, 두 번 회전하면 2시, 세 번 회전하면 3시, 그리고 왼쪽으로 한 번 회전하면 0분~10분, 두 번이면 10~20분, 세 번이면 20~30분이다. 오른쪽으로는 최대 12번, 왼쪽으로는 최대 6번 회전하며 현실의 시간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풍향계 모양의 장치는 우리가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바람의 방향을 끊임없이 쫓는 풍향계처럼 <나쁜 꿈을 꾸는 기계>가 ‘나쁜 꿈’을 현실 속에서 ‘우리 대신 꾸어 주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기계’임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Ujoo+Limheeyoung, <Nice Engine>, 2008, kinetic sculpture, stainless, cpu board, dc motor,
servo motor,pyrex tube, 45 x 50 x 35cm. ©u_joo+limheeyoung



  이 기계는 현실의 시간에 맞추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유지되는 판타지라는 것이다. 이들의 이러한 생각을 실현한 최초의 엔진이 <나이스 엔진>(2008)이다. 강력한 피스톤 움직임을 통해 용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상을 하게 함으로써 판타지의 세계로 유도하는 장치이다. <사랑의 타워>(2008)는 보거나 측정할 수 없는 사랑 에너지를 발전시키고 증폭시키는 기계 장치이다. 펌핑 동작으로 끊임없이 붉은 알갱이를 만들어 내는데 그것이 바로 사랑에너지이다. ‘사랑’ 그 고유의 신비스러운 힘은 현실의 시간에 맞추어 재깍재깍 현실화 된다. 즉, 현실의 세계와 비현실의 시간을 일치시킴으로써 판타지는 현실과 공존하며, 두 영역의 경계가 사라진다.



Ujoo+Limheeyoung, <Love Tower(Love Magnifying & Maturing Machine)>, 2008, kinetic sculpture, stainless, cpu board, dc motor, servo motor, oil, pyrex tube, white birch, 40 x 55 x 40cm. ©u_joo+limheeyoung



 또한, 야엘 카나렉(Yael Kanarek)은 그녀가 생각하기에 의미 있는 풍경이나 사건을 박제의 형식이 아니라 ‘현재화’ 하기 위해 비디오 시계를 만든다. <폭발 1960(Explosion 1960)>(2010)이라 불리는 이 시계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초, 분, 시간, 일, 월, 년 단위로 폭발 장면이 반복된다. 그리고 매 시간마다 모든 화면이 동시에 폭발하며 정시를 알린다. 1960년대 미국의 핵에너지 커미션(The U. S. Atomic Energy Commission)의 오퍼레이션  도그아웃(Operation Dugout) 당시의 거대한 수중 폭발 장면을 활용해 이 비디오 시계를 만들었다.



Yael Kanarek, <Explosion 1960>, 2010, Technical developer Shawn Lawson
©Yael Kanarek



  <예루살렘에서 텔 아이브까지(Jerusalem to Tel Aviv)>(2010)는 한 밤중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을 초, 분, 시간, 일, 년 단위로 한 화면 안에 흘리며 고대 도시로부터 현대 도시로 가는 시간 여행을 표현하였다. 여기에 30분, 45분, 그리고 정각에 교회 종소리, 개 짖는 소리,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린다. 또한, <Heavenly, So Long>(2011)은 북한군의 행군 모습을 담은 유튜브 비디오를 활용한 시계다. 시계 바늘이 돌 듯 정확하게 발맞추는 행군 모습 사이로 30분마다 김정일의 거대한 팔이 손을 흔들며 화면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천천히 지나간다. 이 모든 비디오 시계는 작가가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의해 실시간으로  컴퓨터 시계에 맞추어 영상, 사운드를 불러오며 모든 사건들은 현재화된다.



Yael Kanarek, <Jerusalem to Tel Aviv>, 2010, Technical developer Shawn Lawson
©Yael Kanarek



  이 외에도 끊임없이 이메일을 체크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하여 이메일의 양에 따라 돌아가는 <Email Clock>(http://tigoe.net/emailclock/index.shtml),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Climate Clock>(http://climateclock.wordpress.com/), 그리고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전  세계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하는 iPad용 시계 어플리케이션 <Last Clock>(http://www.lastclock.newmediology.org/)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현대인의 삶을 반영한 시계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일상 속 오브제인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고전적 기능을 넘어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르게 비추는 거울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글 ‧ 사진=최두은 아트센터나비 큐레이터
2011. 9. 26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최두은 프로필>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0년부터 현재까지 아트센터 나비의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네트워크 미디어를 통한 인간, 자연, 인공생명체간의 새로운 소통에 관심이 있다. 2002년부터 모바일 아트 프로젝트 <<경계하라!>>, <<레스페스트 모바일 아트 공모전>>, <<ⓜ 갤러리>> 및 2004년 아티스트 블로그 <<러브 바이러스>>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를 기획한 바 있다. 2004년부터는 도시 스크린 갤러리 <<코모>>를 통해 미국, 호주, 유럽, 아시아 등 각 도시의 대형스크린을 연계하는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편, <<2003 의정부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의 아트 디렉터 및 스페인 ARCO2007주빈국 미디어 아트 특별전 <<인터미디아애_민박>>, 프랑스 엥겡레벵 아트센터 초청전 << 향기로운 봄>>,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2010 <<WAVE>>및 <<센스센시스>>전 큐레이터를 역임한 바 있다.
  2011년, 안식년 기간 동안 뉴욕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에서 visiting scholar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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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1/09/22 14:35:46 Posted at : 2011/09/22 11: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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