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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작가

(21) 호르헤 마이옛(Jorge Mayet)



호르헤 마이옛(Jorge Mayet) <사진 Susy Gomez>


‘떠다니는 땅(the floating ground)’ 에 담긴 미적 서사
‘조각된 자연’을 통한 창조의 역설

  지난 2008년과 2009년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자신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우리에게도 이름이 낯설지 않은 인물인 호르헤 마이옛(Jorge Mayet). 그가 태어난 곳은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쿠바의 올드 하바나(Old Habana)이다. 하지만 그는 ‘추방자’의 신분을 지닌 채 스페인을 포함한 전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영국 사치갤러리에서의 전시를 필두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는 1985년부터 <Natural Games, 2006>, <Si te dijera pide un deseo, 2005>, <One Way, 2004> 등을 발표하며 입지를 다졌고, 지난 2009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의 ‘Art Project’에서 <Deseo>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Deseo', 2009, 나무, 구아노, 야자수, 플랫폼 350 x 550 x 450cm Copyright Jorge Mayet


  마이옛의 작품을 관통하는 개념은 ‘조각된 자연’이라 부를 수 있는 외적인 것과 ‘디아스포라(Diaspora: 고국을 떠난 사람)’라는 명명이 가능한 내적인 것의 융합 아래 완성된다. ‘조각된 자연’은 인공적인 사물을 네모난 사각 틀에 집어넣는 대신 실제 나무들, 땅을 떼어내거나 큰 수풀의 뿌리까지 전부 드러난 작품자체이다. 이것은 실재적인 특성과 느낌, 성질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투명한 줄과 전선, 아크릴, 패브릭 등으로 연결하고 이를 통해 지역성과 자연성, 그리고 사회성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매개가 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9년  상하이 컨템포러리(SH Contemporary)에 출품한 것들이나 사치갤러리 작품전에서 선보인 <De Mis Vivos y Mis Muertos>, <Cuando Más Pienso En Ti>, <Flores rojas, venas negras>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상상의 나무와 식물, 그리고 다른 자연 오브제를 모방하는 작은 스케일의 조각 설치가 주를 이룬다. 대체로 미니어처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뿌리가 뽑힌 채 주택이 얹혀 있거나 나무로만 존재한다. 그리고 일정한 큐브(상자-주택으로 의인화 되곤 하는) 안에서 유형화 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작품들에는 원론적으로 국외로 추방된 자가 겪어야 하는 비참한 삶과 그 오명, 20세기 국가의 창조물이랄 수 있는 망명과는 다른 개념들이  이입되어 있다. 그래서 뿌리가 뽑힌 나무는 ‘떠다니는 땅(the floating ground)’ 을 의미하며, 고향을 잃은 자신을 지시한다.



‘Raices de mi alma’, 2010, 전기케이블, 마셰(maché) 종이, 아크릴, 138 x 75 x 45cm


  실제로 그는 “나는 어떤 장소도 아닌 곳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그의 창작 목표가 지속적이어야만 하는 것과 동시에 상상적인 방식이 가능한 환경 속에서 살고 싶다는 의지를 함축한다. 모든 추방자에게 진실인 것은 고향과 고향의 사랑이 상실되었음이 아니라, 그러한 상실이 이 둘의 진정한 존재 안에 내재되어 있음을 작품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쉽게 인지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것은 대개 양자 대립을 통한 모순과 그로 인한 지적 시그널을 내용으로 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하나의 문화, 하나의 배경, 하나의 고향을 인식한다. 허나  추방자들은 적어도 두 개 이상을 인식하며, 이러한 시각의 복수성은 동시적 차원들에 대한 인식을 일으킨다. 마이옛도 그렇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작품들이 오소독스(orthodox: 전통적인)와 깊은 연관성을 갖곤 있음을 내비치곤 한다. 하나의 사례로 그는 지난 2009년 위에서 언급한 아트 바젤에 <Deseo(Desire-희망, 갈망, 욕구)>라는 수수하고 불안정한(쓰러질 듯한) 오두막 작품을 바다에 띄워 주변 호텔 지역의 럭셔리한 빌딩들과 맞서게, 직면하도록  한 바 있다. 쿠바의 전통적인 주거 양식임과 동시에 노예가 거주했던 주택(보이오: Bohios)과 부유층의 도시형 주거형태(도무스:Domus)를 나란히 병치시킴으로써 이질성이라는 극명한 감각을 체감토록 했으며 동시에 시공을 아우르는 현재적 시점에 대해 시선을 고정시키도록 만들었다.



‘Te dirán que estoy en el Limbo’, 2008, 금속, 마셰(maché) 종이, 직물, 아크릴 120  x 70 x 70cm
Copyright Jorge Mayet



  물론 그 작품에 대해 많은 이들은 단지 서로 다른 양식의 주택이 양립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거주'라는 개념을 연상케 하는 오브제로 국한되는 게 아니었다는 데 핵심이 있다. 우리가 하늘, 바다, 그리고 인상적인 호텔 덩어리를 보는 것, 그 한편에 야자나무를 얹은 집을 발견하게 한다는 것은 ‘여기’라는 장소성을 뜻하며, 동일한 사회문화적인 문맥에 두 개의 건축물을 위치시킴으로 그게 무엇이든 어떤 것과 대조를 이루기 위해 창조되지 않음의 역설, 고향과 고향의 사랑이 상실을 넘어 그러한 상실이 이 둘의 진정한 존재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그 작품의 진정한 의의였다.

  그러고 보면 호르헤 마이옛의 작품에 드러나는 ‘조각된 자연’은 항상 상상의 재창조된 구조물을 갖춘 개인적인 응답임을 알 수 있다. 그 상상의 재창조된 구조물이란 기억에 신체가 진보적으로 따르는 수순을 밟는 것과 같다. 물론 그 기억은 누구나 그렇듯 예술가 자신의 기억들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그의 작은 설치작품들을 비롯해 <Deseo>와 같은 작품들은 풍경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전시하길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경험과 감성, 느낌 등을 환기시켜주는 데 방점이 있다.



'A todos mis Santos', 2009, 금속, 전기케이블,
마셰(maché) 종이, 직물, 아크릴 115  x 70 x 60cm
Copyright Jorge Mayet



  오늘날 그의 조형적인 조각은 분리된 지형적인 요소의 파편, 혹은 부수적인 오브제(지극히 자연적인)에 불과한 것을 떠나 오히려 새로운 풍경을 창조하는 것을 변증법적으로 섞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특별한 경험과 감성, 느낌은 항상 특정 풍경이나 지형적 장소에서 독창적인 빛을 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추방자이다. 양팔을 잃은 셈이다.(고향을 잃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풍경을 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풍경에는 갈 수 없다. 내 자신이 놓고 온 풍경,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풍경이다. 결국 내가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는 콘크리트 벽을 보면서 풍경을 그리는 누군가와 같다고 보면 된다. 때문에 나는 하나이면서 다수일 수밖에 없고, 나는 오직 나의 제한된 현재 상황을 내 예술적 작업의 모티브로 전환하는데 있다.”

  그렇다고 철학적, 미학적인 측면에서 과거로부터의 전이가 아예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들은 근대적 전통의 풍경에 대한 시각 안에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옛의 작품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디테일한 사실주의적 경향을 유지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선 마그리트나 살바도르 달리와 같이 인간 무의식을 건드리는 초현실주의적인 특징을 함유한 창작물을 내놓고 있다. 때로 윌리엄 드쿠닝과 같은 특정한 페인팅 안에서 접근할 수 있고, 초현실주의에 대한 암시나 마르셀 뒤샹, 살바도르 달리, 심지어 막스 에른스트까지 포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은 단지 마이옛 작업에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열린 길일뿐이라는 점이다. 시각적 인지보다 본질적인 것은 그의 작품들, 다시 말해 그가 창조하는 것들은 광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며 그것은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Alma de mis raíces', 마셰(maché) 종이, 전기케이블,
나무, 아크릴 115 x 70 x 60cm


  이제 마이옛의 작업들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혁명 속에서 더 나아간 관점을 획득한다. 그것은 자연, 심리적인 영역 또는 심지어 종교적인 유발된 가시적이고 비가시적인 요소로부터 창조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마이옛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무와 땅은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 의해 점유된다. 하지만 그들은 종교적인 융합주의가 안내하거나 길들이길 시도하는 것들에 의해 가로막힌다. 이에 나는 내 스튜디오에서 이러한 작용들을 분리해내려 노력한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사실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나는 내 세대와, 내 시대의 한 인간이고, 동시대의 많은 맨발의 많은 쿠바사람들과 같지만 캐비닛에 갇혀있음을 깨닫곤 한다. 따라서 나는 내 존재의 여행자이며, 나는 내 자신의 조상이자 다른 세대로부터 온 누군가라고 정의하는 게 옳다. 결국 붉은 대지와 토착식물군의 특정 나무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원시적인 믿음과 나의 현대적인 회의주의를 혼합시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Lecho de mis raices', 2009, 금속, 마셰(maché) 종이,
 전기케이블, 직물, 170 x 60 x 60cm



  오늘날 그가 경계하는 것은 허식이다. 그런 이유로 그의 작품들은 알레고리(우화적인)와 거리를 둔다. 또한 그는 개념으로 작업하지 않는다.(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부분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오해를 하곤 하지만 마이옛은 물리적인 구성요소, 이를테면 땅, 섬유, 와이어 등으로 리얼한 사물을 해체하고 와해시키려 할 따름이다. 다만 그는 그 작업을 유지하기 위해 미적인 감각 시스템과 물리적인 실체도 필요로 한다고 부언한다. 자신에게 멘토가 되었던 모던한 미적 요소들로 작품을 중첩하고, 뒤샹의 디오라마와 올드 하바나 영화관에서의 디오라마 등을 언저리에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필자의 시각에 이는 다른 예술가들의 상징적인(앰블렘) 작업들의 끝없는 해석으로서, 무한한 연작의 새로운 작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아닌가 싶다.


글=홍경한 퍼블릭아트 편집장(www.artcritic.pe.kr)
사진=Galería Horrach Moya 제공
2010. 5.24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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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마이옛 프로필>
  호르헤 마이옛(Jorge Mayet)은 1962년 쿠바 하바나 출생으로 1993년 Academia Nacional de Bellas Artes San Alejandro를 졸업했다.
1985년 <Salon Cubano La Maison>이라는 타이틀로 하바나에서 첫 전시를 가진 후, 2004년 스페인 팔마데마요르카의 하라치모야 갤러리(Galeria Horrach Moya)의 <One way : desde la distancia>, 2005년 바르셀로나 Galeria Llucia Homs의 <Si te dijera pide un deseo>, 2006년 스페인에서의 <Natural Games>, 2009년 잘스부르크 현대미술관 MAM Mario Mauroner의 <Autopsia para un Paisaje>, 마이애미 Art Basel의 <Deseo> 등에서 십 여 차례 개인전을 선보였다. 사치갤러리의 관심을 끌며 현대 미술계의 주목받은 호르셋 마이옛은 <Es Baluard>에도 참여한 바 있다.



※ 본 기사는 미술전문 월간 ‘퍼블릭아트’ 2010년 5월호에 실린 것으로 저작권은 ‘퍼블릭아트’에 있으며 ‘퍼블릭아트’의 허락 아래 전재(轉載)하는 것임을 밝힙니다.